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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쓰기/역사

[National Geographic]칭기즈칸의 비밀병기

by deli-space 2014. 6. 6.

 

칭기즈칸의 비밀병기는 바로 비였다!

Genghis Khan's Secret Weapon Was Rain

 

최근 나이테 연구에 따르면, 습윤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칭기즈칸은 침략과 정복에 필요한 물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약 8백 년 전 현대 몽골인의 조상들이 말을 타고 온 세계를 정복했다. 예외적으로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자 가축을 기르던 몽골인들이 부유해지면서 세계 각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케빈 크래직(Kevin Krajick),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The Earth Institute, Columbia University)>

 

로프 스미스(Roff Smith)

2014 3 10, <내셔널 지오그래픽>

 

때는 13세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유목민들이 등장했다. 4월의 소나기가 지나가자 그 뒤를 이어 5월의 꽃이 피어난 것이 아니었다. 몽골의 대군이 홀연히 나타났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라몽-도헤르티 지구관측소(Columbia University's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와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est Virginia University)의 나이테 전문 과학자들이 새롭게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800년 전 유목민족인 몽골 기병대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수십 년 동안 다니는 길목마다 모든 것을 정복하면서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휩쓸고 다닌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몽골 기병대는 전례가 없을뿐더러 이후로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한 15년 동안의 풍부한 강우와 온화한 날씨를 마음껏 즐겼다. 이들이 살던 곳은 평상시 춥고 건조한 스텝지대(steppes)였다.

 

몽골 중부의 항가이 산(Hangay Mountains)에 있는 옹이가 많고 비틀린 시베리아송(Siberian pines)의 나이테를 표본으로 추출했다. 이 작업을 통해서 연구진은 서기 900년부터 현재까지 몽골 지역의 기후 조건을 나타내는 매우 정밀한 연대표를 재구성했다. 이번 주『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published in this week'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몽골 족이 갑자기 이동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후 연대표를 만들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몽골 중부 항가이 산에 있는 오래된 시베리아 송(위 사진과 같은)의 나이테를 표본으로 추출했다. 사진: 케빈 크래직,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몽골인은 원래 발원지인 험준한 산악 지역의 혹독한 여건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라몽-도헤르티 연구진은 정반대의 사실을 확인했다. 1211년부터 1225년까지 몽골 중부지역에서는 과거 1,1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는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 기간은 교묘하게도 칭기즈칸의 등장과 몽골 제국의 성립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라몽-도헤르티 지구관측소 소속의 과학자이자 이 연구의 책임자인 닐 피더슨(Neil Pedersen)의 말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록에서 나타난 특이한 사실은 평균 이상의 습도가 15년 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가 몽골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지속적으로 습윤한 상태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몽골 지역에서 보기 힘든 매우 희귀한 일이었습니다.”

 

 

 

풀의 번성, 말의 증가, 권력의 확대

(More Grass, More Horses, More Power)

유례없이 좋은 여건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몽골에서 권력의 기반이 되는 가축과 전쟁용 말의 무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참고로 이와는 완전히 대조를 이루는 1180년대와 1190년대에는 예외적인 긴 가뭄이 이 지역을 휩쓸었는데 정치적인 불안과 분열을 유발했다.

 

몽골인들은 기회를 제대로 포착했다. 게다가 운이 좋았던 것은 이들에게 닥친 정세의 커다란 변화가 정력적인 한 족장의 급부상과 시기적으로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이 족장은 훗날 몽골 족을 통합하는데, 그가 바로 칭기즈칸이다.

 

모건타운(Morgantown)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est Virginia University)의 나이테 전문 과학자이면서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에이미 헤슬(Amy Hessl)은 미국지리학협회 연구 및 탐사 위원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s Committee for Research and Exploration)의 기금을 연구비로 일부 지원 받았다. 그녀의 말이다. 극심한 가뭄에서 매우 습한 날씨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후가 인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기후가 유일한 조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혼란기에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등장해서 군사력을 키우고 권력을 통합하는 데에 필요한 이상적인 여건이 될 수 있습니다. 건조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식물 생산량이 갑자기 폭증합니다. 이는 곧 말 그대로 마력(馬力, horsepower)이 증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칭기즈칸은 이런 일련의 변화를 능히 활용했습니다.”

 

<잘 보존된 나무 표본에서는 일 년 단위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나이테를 또렷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케빈 크래직,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그렇다. 칭기즈칸은 그런 변화를 잘 활용했다. 1227년 칭기즈칸이 죽을 때까지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제국을 건설했다. 결국 제국의 범위는 한국, 중국, 러시아, 중동, 동유럽, 페르시아, 인도, 남부 아시아까지 이르렀다. 몽골 제국은 수백 년에 걸쳐서 붕괴해갔지만, 칭기즈칸의 직계 후손들 중 몇몇은 1920년대까지도 중앙 아시아의 일부 고립 지역을 여전히 통치하고 있었다.

 

몽골 제국 출범의 바탕이 된 기후 조건의 시기적절한 변화에는 화산 폭발이나 일사량 변동 등의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e)의 고()기후학자인 케빈 안추케이티스(Kevin Anchukaitis)의 말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중앙 아시아에 내린 이 축복의 강우가 엘니뇨 현상(El Niño)이나 북대서양 진동(North Atlantic Oscillation)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육지로 둘러싸인 높은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몽골은 춥고 건조하다. 따라서 물이나 풀을 구하기가 어렵다. 이 거대한 호수는 염분 농도가 높고 가뭄으로 인해서 면적이 줄어든 상태이다. 사진: 케빈 크래직,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현대판 몽골의 침입(Mongol Invasion: Modern Version)

라몽-도헤르티 연구진이 종합한 기후 연대표를 살펴보면,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가 겪었던 어떤 것보다도 가혹한 폭염이나 가뭄이 21세기 초 몽골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1180년대와 1190년대의 극심한 가뭄보다도 훨씬 더 뜨겁고 건조하다. 그렇다면 현대판 몽골의 침입, 즉 사람들이 메마른 스텝지역을 떠나 바글거리는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의 원인이 기후일 수도 있다.

 

최근 여러 해 동안의 건조한 기후는 20세기 말에 지속되었던 비교적 습한 날씨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피더슨의 말에 따르면, 몽골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이중고(二重苦)가 된다. 1990년대에는 강수량이 비교적 풍부했기 때문에 유목민들이 앞으로 닥칠 극심한 가뭄의 열악한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몽골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한 이후 발생한 급격한 변화와 함께 기후로 인한 열악한 상황이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텝지역을 떠나 이 나라의 서울로 옮겨가는 대탈출을 감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3백만 명에 달하는 몽골 인구 중 거의 절반이 수도인 울란바토르(Ulaanbataar)에 살고 있다.

 

*위 모든 글과 그림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해당 기사를 인용, 번역한 것이며, 웹 사이트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14/03/140310-genghis-khan-mongols-mongolia-climate-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