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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2

산책길 치매 예방을 위해 가끔은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걸어 버릇하란 얘기를 요사이 들었다. 굳이 이런 충고가 아니더라도 전부터 산책할 때는 낯선 길을 부러 택하곤 했다. 같은 길을 지루하게 매일 걷는다는 느낌이 덜해서 그랬던 것 같다. 걷다가 모르는 길을 발견하면 지도를 보지 않고 일단 걸어 본다. 뻗은 방향을 대충 따지고 원래 알았던 길과 만나는 지점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소소한 탐험을 즐긴다. 그러다가 얼마 전 개운산 자락을 거치는 새 코스를 찾았다. 아파트 쪽문에 접한 순환도로를 따라 돌다가 산기슭 어금버금 자리 잡은 개인주택들 사이 골목으로 방향을 틀어서 가파른 비탈길과 콘크리트 계단들을 조금 참고 오르면 바로 숲길이 나온다. 지금 위치와 근방으로 뻗은 길들을 그려놓은 안내판들도 군데군데 있다. 숲길은.. 2022. 6. 16.
'로베르트 발저'처럼 저녁에 간혹 들러 쫄면, 어묵을 시켜 먹거나 떡꼬치를 싸달래서 집으로 들고 오는 동네 분식집. 그렇다, 코앞이 바로 초등학교라는 걸 확연히 예감할 수 있는 맛을 지닌 떡꼬치를 내놓는 그 집. 엊그제 갔을 때는 튀김 등을 내놓은 진열대 옆에 제법 크게 쓴 메모가 붙었다. '6월부터 일부 음식 값을 인상합니다!' "사실 작년 12월에도 올렸는데, 그 뒤로도 식자재 값이 계속 올라서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식용유 한 통에 2만7천원 했는데 요즘 4만원 후반대가 넘어요." "진짜요? 그러면 50% 넘게 올랐다는 거네요?"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알 턱이 없으니 호기심에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니까 인상 폭이 정말 과장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사장님 말씀. "사재기를 할 수도 없어요. 여러 통 달라고 해도 팔지를 .. 2022.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