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왼손으로 쓰기43

[150705] 김종삼 시집에서 이미지 두 컷 십 년도 훨씬 더 넘게 지난 일이다. 신경림 시인이 1998년에 낸 책 '시인을 찾아서'를 자취방에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방배동의 설계사무소를 다니며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지친 몸을 누이던 때였다. 당시 유행했던 '느낌표' 선정도서인 그 책을 뜬금없이 사서 본 기억이 난다. 페이지를 넘기다 유독 눈에 띄었던 시인은 김종삼. 신경림 시인이 고른 그의 시는 당시로서는 참으로 충격이었다.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어쩌면 이렇게 간결한데도 선명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어떤 그림보다도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북 치는 소년에서 연상되는 원통형 빨간 모자, 타닥타닥 울렸.. 2019. 5. 28.
나는 살았었다: VIXI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편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그대 눈동자에 건배』 중 ‘사파이어의 기적’을 읽다가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의 ‘사파이어’는 희귀하게도 파란 색 긴 털을 가진, 세계에서 단 한 마리뿐인 페르시아고양이를 말한다(나중에는 그렇지 않다는 반전이 등장하지만). 원래 이탈리아의 한 부호가 기르고 있었던 이 신비한 고양이의 파란 털 후손을 교배하려고 브리더(breeder)들이 시도하지만 다들 실패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여러 번의 시도로 욕심을 부리다가 열일곱 마리째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면 주인들은 모두가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불행을 겪는다. 그런데 왜 하필 열일곱인가. “왜 열일곱 마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설이 있었다. 페르시아고양이의 기원은 16세기에 이탈리.. 2019. 3. 18.
[이정우]코라의 시대, 플라톤과 데리다: 01 이해도가 낮아서 개조식으로 정리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저 축약해서 적는 것만도 자꾸 조심스러워져서 동영상을 두어 번 띄엄띄엄 다시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인용부호 안에 넣는 것임을, 어차피 의미는 변화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 내재성: 초월성의 극복이며, 현대사상의 기저에 있는 공통적 경향 * 초월성은 대체로 세 가지로 구분 1. 플라톤적, 기독교적 초월성: 이 세계 바깥에 이 세계를 초월한 존재를 설정, 대표적 사례가 기독교, 신 1)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δημιουργός, demiurge 만드는 자)는 철학자간의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조물주 성격에 가까움 2)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이데아의 초월성을 너무 강조했다는 점에서 반박 3) 감각적 차원(경험)과 가지적 차원(이데아) .. 2019. 3. 13.
[wiki]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J. D. Salinger Note: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던 중 저자와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영문 위키피디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https://en.wikipedia.org/wiki/J._D._Salinger)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을 게시합니다. 1950년의 샐린저(사진: 로테 자코비Lotte Jacobi) 요약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1.1~2010.1.27)는 널리 읽힌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다. 단편소설들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출판하면서 얻은 때이른 성공 이후, 샐린저는 반세기 이상 대중에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1965년에 최후의 원작을 출판했고 1980년에 마지막 인터뷰를 .. 2018. 12. 2.
140810 우연히 발견한 고고학적 유물 [Discovery News] 우연히 발견한 고고학적 유물Accidental Archaeological Discoveries: Photos 기사 게재: 2012년 12월 12일 땅에 묻힌 역사를 다시 찾기 위해 나선다. 고고학자는 먼 과거의 자취를 찾기 위해서 모든 자원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전문적 지식, 끈기 그리고 약간의 행운을 지닌 고고학자라야 돌덩이와 흙을 옆으로 밀어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역사를 발굴하는 데 있어서 운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히 우연한 기회에 고고학적인 보물을 맞닥뜨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고고학계 밖에서 이런 우연한 발견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글에 실린 사진들에서는 뜻하지 않게 진기한 유물을 찾아낸 여러 가지 사례들을 다룬.. 2018. 3. 13.
150703 '상호주의'의 역사적 일반성 공부하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더니 요즘 같으면 만고의 진리다. 아스테카(아즈텍)와 잉카 등 라틴아메리카 제국의 역사를 읽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을 짧게 적어둔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스테카와 잉카에 대한 기록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 주민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다른 지역 문명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아스테카와 잉카 문명은 에스파냐 인이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여전히 번성한 상태였고, 백인 정복자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것에 대해 생생한 설명을 남겼다. (벤자민 킨, 키스 헤인즈, 60쪽)한창 번성하던 문명이 갑자기 몰락해서 더 이상 계승과 발전이 없이 일종의 박제가 되어버린 때문일까. 아니면 탐욕스러운 정복자들이 피지배인들을 철저히 대상화하고 착취하.. 2018.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