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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쓰기43

160522 아름다움이 뭐예요 “선생님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아름다움이 뭐예요? ” “일본 중세에 ‘노(能)’의 미학자로 제아미(世阿彌)라는 분이 있어요. 그는 아름다움을 아홉 단계로 나눴어요. 그 가운데 3등이 뭐냐면, 하얀 은그릇에 흰 눈이 소복이 담긴 상태예요(銀玩裏盛雪). 얼마나 예쁘겠어요? 그런데 3등밖에 안 돼요. 다음은 눈이 천 개의 산을 덮었는데, 하나의 봉우리만 안 덮여 있어요(雪覆千山 爲其麽高峯不白). 이것은 너무 아름답지요. 하지만 2등일 뿐이에요. 1등은 뭐겠어요. ‘신라의 한밤중에 해가 빛난다(新羅夜半日頭明)’라고 했어요. 한밤중에 해가 빛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언어도단의 세계예요. ” “ 그런데 ‘신라의 한밤중에 해가 빛난다’라는 말이 제일 멋진 거 같아요.” “3등은 왜 예쁘겠어요. 동일성.. 2018. 3. 6.
160221 불과 최초의 경관 본능이나 외형이 원래 적응에 유리했던 유인원이나 원숭이 중에서도 숲에서 가장 잘 살아남은 것은 다른 종들보다 재능이 많았던 하나의 종(species)이었다. 기원전 50만 년 이 동물이 도구를 발명했고, 이제 인간으로서 거대한 과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환경에 적응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맞추어 환경을 바꿔나간 것이다.(The Landscape of Man: p10) 인간이 의도적으로 바꾼 최초의 경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비교적 넓은 경관에서 인식 가능한 변화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마 불을 사용한 결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 인류는 화산 폭발, 번개나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 등을 겪으면서 불을 처음 접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대략 40만 년 전 호모에렉투.. 2018. 3. 6.
150701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상] 벤자민 킨, 키스 헤인즈 지음, 김원중, 이성훈 옮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상)', 2014, 그린비출판사 1.나약한 탓인지 아프고 슬픈 과거는 굳이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역사책은 대체로 고대사 부분을 사서 보았고 근현대사 쪽은 애써 찾지 않았다. 한편 다른 나라 역사 또한 늘 관심 밖이었다. 제대로 산 책도 없지만 꾸준히 읽지도 않아서, 솔직히 세계사는 고등학교 시절 들었다가 남은 기억으로 줄창 우려먹은 게 전부였다. 역사책 중에서 라틴아메리카 쪽을 찾아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소개나 조언 없이 집어든 책 치고는 제법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28,000원이라는 책값에 잠깐 망설였지만 내용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이다. 아직 앞부분만 읽은 상태이고 당장은 에스파냐의 정복과 수탈이 이.. 2018. 3. 6.
160221 아슈르바니팔 아시리아는 기원전 1350년부터 줄곧 군사력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북쪽 지역은 주변보다 기온이 낮고 무성하게 숲을 이룬 경관이 자리 잡고 있어서 수렵생활에 알맞았다. 그런 까닭에 포도 덩굴에서부터 수렵원에 이르기까지 조경은 평화를 상징하는 예술(peaceful arts)이 되었다. 게다가 정복지에서 삼나무, 회양목과 외래 동물 등을 들여와서 더욱 풍성해졌다. 니네베에서 볼 수 있듯이 호화로운 궁궐 벽을 장식한 부조 판에는 ‘사냥’, 꼭대기에 나무를 심은 궁전을 배경으로 한 ‘낚시’, ‘왕의 정원 연회’ 등의 그림을 담았다. (The Landscape of Man: p27) 1853년 12월 지금의 이라크 모술 인근 쿠윤지크(Kuyunjik)에서 고대 서아시아 역사의 비밀을 밝힐 중대한 .. 2018. 3. 4.
140912 이현우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로쟈의 책읽기 2010-2012> 중간인문학, 책으로 찾는 인생 지도이현우(2012),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로쟈의 책읽기 2010-2012』, 현암사 1.아무리 쓰는 사람이 잘났어도 서평 내용이 원전보다 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생각에는 난이도 또한 마찬가지다. 서평이 본래 책보다 더 어렵다면, 그건 아무래도 책을 잘못 이해했거나 기껏 잘 봐줘도 책이 좀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터이다. 이제부터는 꼭 책씻이한답시고 대담하게 덤벼들었지만 상황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게다가 서평에 대한 서평이라니! 나 같이 무모한 사람이 등장하리라 예견했던 것인지 우리의 ‘로쟈’는 가벼운 경고를 잊지 않는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은 잘해야 군말이기 십상이다. 무얼 더 보태겠는가(p172).”『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에는 실.. 2018. 3. 4.
150725 <서평 글쓰기 특강> 읽고 다시 읽고 쓰고 고쳐 쓰기 입문서김민영, 황선애 지음, 『서평 글쓰기 특강: 생각 정리의 기술』, 2015, 북바이북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텍스트를 읽고, 다시 읽고, 쓰고, 다시 쓰고, 번역하고, 천명하는 것. 텍스트의 변혁이야말로 혁명의 본질’(2011, 자음과 모음, 113쪽)이라고 강조한다. 혁명의 본질은 절대 폭력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책을 읽고 쓰면서 발생하는 텍스트의 변환, 이를테면 문학 또는 예술을 통해서 역사적 대변혁이 가능했으며 또 앞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에 관한 사상서와 글쓰기에 대한 입문서. 특히 문체로 본다면 둘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하지만 김민영, 황선애의『서평 글쓰기 특강』을 읽고 나니 .. 2018.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