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대신 색다른 초화류 카펫 가꾸기
A lawn with a difference
“매주 잔디 깎는 일이 지긋지긋한가? 그렇다면 잔디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꽃을 심으면 어떨까? 여기 버니 기네스의 제안을 들어보자.”
기사 작성:
2013년 7월 29일
버니 기네스(Bunny Guinness)
*출처: 아래 모든 텍스트와 그림은 <텔레그래프(Telegraph)>의 아래 웹페이지 기사에서 번역, 인용함.
http://www.telegraph.co.uk/gardening/10209614/A-lawn-with-a-difference.html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개발한 ‘야생 초화류 카펫(wild lawn)’ 위에 앉아있는 관상원예학교 학생(Ornamental Horticulture student) 라이오넬 스미스. 사진: 클라라 몰덴(CLARA MOLDEN)
라이오넬 스미스(Lionel Smith)의 운명을 결정지은 순간은 겨우 열한 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와 의견 충돌을 빚은 때였다. 1976년 어느 날 라이오넬의 가족은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요즘 겪고 있는 폭염처럼 몹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바짝 마른 앞뜰에서는 식물들이 대부분 죽어 있었다. 심지어는 잔디밭도 마찬가지였다. 잔디밭에는 꽃들만 남아있었다. 화사하게 피어난 데이지(daisies), 토끼풀(clover), 꿀풀(self-heal) 등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라이오넬은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아빠, 정말 예뻐요. 잔디밭에 꼭 잔디를 심어야 하나요?” 하지만 아버지는 라이오넬에게 잔디 깎는 기계를 가져오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 주의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라이오넬에게는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 환경과학 학부를 마친 후 양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성인 교육 과정에 들어가서 10년 동안 다녔다. 라이오넬은 자신의 열정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원예에 몰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에서 1년 동안 석사과정을 다녔다. 석사 과정 중에는 오직 네 가지 식물로만 이루어진 군집 속에서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 네 가지 식물이 바로 데이지, 붉은 토끼풀(red clover), 서양 톱풀(yarrow), 꿀풀(self-heal)이었다. 라이오넬의 성적은 우수했고 연구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레딩대학교측은 이 주제에 대해서 더 깊이 연구할 것을 권했다. 3년 반 동안의 박사과정을 다니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기금 신청(영국원예학회[RHS, Royal Horticultural Society] 및 학회 감독관[RHS supervisor]에게서 받은 소액의 학비보조금을 포함해서)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것(유감스럽게도 집까지 통틀어서)을 팔아치워서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라이오넬은 아직 박사과정을 완전히 마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잔디가 없는 초화류 카펫(grass-free lawns)”의 개발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매스컴의 관심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올해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초화류 카펫을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에 출품한 뒤의 일이다. 대개의 경우 잔디밭을 깎아야하는 사람은 남자들이다. 키 작은 식물들을 혼합한 식재가 화사하게 퍼져나간 모습을 보고 어느 남자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이걸 구해야겠어. 잔디 둘레에 경계로 심은 꽃들(borders)을 모두 없애도 되겠는걸.”
잡초가 자라지 않으면서도 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 다채로운 색상으로 화사하게 보인다는 점,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점, 3~9번 정도만 깎아주어도 된다는 점(일반적으로 30번 이상 잔디를 깎아야 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등 때문에 많은 정원사들이 이 초화류 카펫을 탐내고 있다. 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이 증가해서 꽃가루와 꿀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몹시 즐거워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부르짖는 단체들도 좋아한다. 다른 잔디밭이 모두 카키색으로 변하는 때가 되면 파릇파릇한 이 초화류 카펫은 오히려 도드라진다. 제법 똑똑하다는 양반들까지 이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관련 글>
그렇게 많던 무당벌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Where have all the ladybirds gone?, 2013년 7월 31일자 기사)
라이오넬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 다음과 같은 안내판을 설치해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끔씩 초화류 카펫 위를 걸어 다니세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꽃을 밟고 걷는 데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화류 혼합으로 이루어진 카펫은 약간의 답압이 있어도 잘 자란다.
나는 지금 작은 뜰(patch)을 계획하는 중이다. 이 계획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라이오넬이 짬을 내어 나를 찾아왔다. 먼저 현재의 잔디를 모두 제거할 생각이다. 잔디 뗏장을 들어내거나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사용하려 한다. 그러고 나서 라이오넬의 웹 사이트(grassfreelawns.co.uk)에 올라와 있는 서로 다른 100여종의 식물 목록을 참고해서 대략 35종을 고를 것이다.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선택한 여러 식물들이 자생종이거나 귀화종이기 때문에 PH 수치가 높은 뜰(pH 8)에서도 모두 잘 견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개인적으로 덩굴성 민트(creeping mint)인 코르시카 민트(Mentha requienii)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런데 코르시카 민트는 습윤한 토양을 좋아하는 데 반해서 계획 중인 뜰은 매우 건조하다. 하지만 라이오넬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했다. 조건이 맞지 않는 식물이라도 군집 형태로 가꾸면, 대상지에서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식물일지라도 일부는 되레 잘 자란다는 것이다. 너무 빽빽하게 심었거나 자주 깎아주지 않아서 습윤도가 높아진다면 사람이 개입해서 경쟁의 균형상태를 바꿔보라고 했다. 라이오넬의 말에 따르면, 처음 심은 식물들 중 약 10퍼센트 정도는 죽고 그 틈을 타서 지역의 식물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스노드롭(Snowdrops)이나 크로커스(crocus) 등이 침입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식물을 골라서 혼합하는 방법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다. 계획 중인 뜰에 황금색 잎이 무성한 식물 군집을 두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조금 더 섬세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 이번에 쓸 식물 목록(검은잎 숙근 비올라[Viola labradorica], 옥살리스 마겔라니카[Oxalis magellanica], 렙티넬라 스콸리다 ‘플랫스 블랙’[Leptinella squalida 'Platt’s Black’],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데이지[Bellis perennis]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을 고른 후에 뜰 면적을 고려해서 저렴한 모종 상자를 구입할 것이다. 다목적 퇴비인 존 이네스 배양토 3번(John Innes No 3)과 펄라이트(perlite)를 등분해서 섞은 후 플러그묘(역주: 응집성이 있는 소량의 배지가 담긴 개개의 셀에서 생육된 묘. 플러그 묘 생산시스템에서는 종자를 기계적으로 수십 내지 수백 개의 셀을 가진 플러그 판에 파종하여 한 셀에서 하나의 식물체가 생산된다)로 심거나(트레이 하나당 4~12개) 파종할 예정이다(종자별로 트레이에 담는데, 트레이 하나당 약 10개의 씨앗을 넣는다). 이 무더위가 지나면 씨앗뿌리기를 시작할 것이다.
씨앗 트레이에는 물을 주고 다정하게 보살필 생각이다. 이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뿌리가 매트를 형성할 무렵 톡톡 두드려서 떼어내면 한 덩어리로 잘 엉켜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들을 갖고 나가서 무작위의 모자이크 형태로 나대지에 배치할 생각이다. 이렇게 배치한 모양은 잠시 동안만 유지될 것이다. 식물이 자리를 잡고나면 서서히 움직인다. 식물이 좋아하는 쪽으로 조금씩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건이 적합하지 않은 쪽에서는 자취를 감춘다. 그럼에도 식물들이 모여서 튼튼한 피복층을 이룬다. 이런 초화류 카펫은 아주 활동적이다. 초기에 필요할 경우에는 식물에 물을 뿌릴 생각이다. 이들이 새로운 서식지에서 얼른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우려는 것이다.
예초 작업(Cutting)은 필수적이다. 식물들의 키가 대략 9센티미터(3.5인치)가 되면 첫 깎기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 때 깎기 날은 4센티미터(1.5인치) 정도의 길이로 맞춘다. 표토의 뿌리까지 뽑아내지는 않는다. 잘라낸 풀은 깎는 기계에 달린 상자에 담았다가 없앤다. 식물을 깎아주지 않으면 일부의 키가 너무 자라서 다른 식물들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라이오넬의 경험을 마음속에 담아서 첫해에는 예초 작업을 아홉 차례에 걸쳐서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삼년 째 될 무렵부터는 횟수를 두세 번까지 줄여갈 생각이다. 그때가 되면 이상하게 생긴 잡초들만 솎아내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작업은 충분하다.
지금까지 라이오넬은 이런 혼합 초화류를 음지에서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라이오넬이 런던 서부의 애본데일 파크(Avondale Park)에 마련한 200제곱미터의 탁 트인 땅에는 그늘진 공간이 있다. 그의 작업 내용과 저속 촬영 사진(time-lapse photographs)을 살펴보면 식재한 초화류 중 몇 가지는 일 년 내내 꽃을 피운다. 다른 것들은 좀 덜하긴 하지만 최소 아홉 달 동안 꽃이 핀다. 게다가 이 식물들은 사계절 모두 건강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초화류 카펫의 구입에 관심을 보였다. 따라서 라이오넬의 다음 과업은 잔디가 없는 초화류 카펫을 제품화해서 시장에서 판매하고, 이를 위해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라이오넬이 엄선한 특정 식물들을 40센티미터 또는 50센티미터짜리 정사각형 트레이에 담은 후 양묘장에서 가꾸는 일은 어려움이 매우 큰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꿀 경우에만 양묘장이 적합한 모양이다. 앨런 슈거 경(Sir Alan Sugars, 역주: 영국의 백만장자 기업가이자 프로그램 진행자)을 꿈꾸는 신흥 갑부가 있다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양묘장 소유주가 있다면, 라이오넬이 꽤나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한 임시 명칭(假題)인 “잔디가 없는 초화류 카펫(grass-free lawns)” 보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1976년 아버지와의 첫 번째 논쟁에서 라이오넬이 패배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논쟁이 결국 라이오넬을 인생의 승자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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