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른손으로 쓰기/나무

시름시름, 곰솔

by deli-space 2013. 6. 27.

시름시름, 곰솔

 

제주 곰솔 숲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2012년 만해도 무려 2만여 주가 죽어나갔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201364일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를 보자.

 

제주도는 지난해 소나무 고사목이 2300여 그루로 추정된다고 4일 밝혔다. 제주도는 이 중 18000그루를 제거했다. 제거된 소나무 고사목은 2004117그루에 불과했으나 20071721그루로 급증했고, 20105752그루로 줄었으나 20119567그루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원인조차 확실히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곰솔 고사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재선충, 태풍, 생리적 피해, 기후변화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제주의 모 호텔 프로젝트를 하면서 알게 된 조경 식재업체 사장님은 무엇보다도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변화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적이 있다.

 

기후변화도 고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송림에 난대성 식물이 빽빽이 올라오면서 소나무가 영양분 확보 경쟁에 뒤져 결국 고사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에서 제주도의 소나무 분포 면적은 “16284로 추정하고 있다. 2012524일자 제주환경일보에 실린 기사를 참고해보면, 제주도 산림면적이 “88874ha”이니까 소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이 제주도 전체 숲 중에서 약 18%에 달하는 셈이다. 이렇게 높은 비율에 해당하는 산림이 위협에 처해있다면 간단히 해결책을 논할 문제가 아니다.

대책 마련을 위해서 제주도는 대체 수종 식재까지 검토하는 해송림 종합관리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먼저 고사 현상의 진행 상황과 원인부터 면밀하게 밝혀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구축해서 대비해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올해 호텔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제주도에서 살아 본 적도 없고, 자주 다니면서 여러 군데 숲을 찬찬히 들여다 본 적도 거의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신라 호텔 뒤편의 해송림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다.

 

<신라 호텔 뒤편의 해송림>

 

하지만 못지않게 빼어난 곰솔 숲도 꽤 있었다. 그 중 수간(樹幹) 형태가 매끈하게 잘 뻗어있고 식재 간격도 일정하고 빽빽해서 보기 좋았던 것은 앞의 시공업체 사장님이 소개한 서귀포 어느 길가의 곰솔 숲이다. 신라 호텔의 해송림과 비교한다면 인위적인 조형의 느낌이 거의 없고 자연스러운 숲의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한 수 위의 울창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서귀포 어느 길가의 해송림>

 

그런가하면 곰솔과 관련된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2012105일자 미디어제주의 기사를 참고해보자. 제주도 안에 있는 문화재 안내판을 조사해봤더니 많은 오류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그 중에는 곰솔 관련 내용도 있는데 너무나도 충실하게(?) 직역(直譯)을 한 탓에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내 문화재 안내판 367개 가운데 안내판이 없거나 확인할 수 없는 51개를 제외한 306개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문화재 명칭이 제각각이었으며, 잘못 설명한 부분이 많았다. 수산리 곰솔의 경우 곰솔의 한자명인 해송(海松)이나 흑송(黑松)을 써야 하는데, 이 곳 안내판은 웅송(熊松)’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다.

 

<'곰솔'의 한자를 '웅송'으로 잘못 표기한 수산리 곰솔 안내판>

 

제주도 곰솔의 가치를 지키려면 아무래도 일반적인 인식의 확산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이나 관광객이 자주 접하는 정보부터 올바르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기사가 난 뒤로 시간이 꽤 지났으니 개선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에 제주 답사 일정을 잡게 되면 수산리를 찾아 긴 세월을 굳건하게 잘도 견뎌온 곰솔도 감상할 겸 들러서 꼭 확인해봐야겠다.

 

 

<인용기사 및 사진 출처>

1. 경향신문 201364일자, “제주 해송림 시름시름... 지난해 원인 불명 2만여 그루 말라죽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042250545&code=950313>

2. 제주환경일보 2012524일자, “제주 산림면적, 5년간 1,531ha 사라졌다

<http://www.newsj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88>

3. 미디어제주 2012105일자, “제주도내 문화재 안내판 문구 조사했더니 오류 수두룩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243 >

'오른손으로 쓰기 >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rnus officinalis_산수유  (0) 2022.03.20
Abeliophyllum distichum(미선나무)  (0) 2014.02.18
Prunus yedoensis(왕벚나무)  (0) 2014.02.18
Juniperus chinensis(향나무)  (0) 2014.02.06
[포털: 가드닝]가중나무  (0) 201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