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정원 설계하기
Designing community gardens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할 때,
정원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2014년 1월 30일 목요일
대릴 무어(Darryl Moore)
<런던 브리지에 있는 기번스 렌트 가든. 사진: 미키 리(MIckey Lee)>
정원설계가협회상(Society of Garden Designers awards, SGD awards)은 정원 분야의 오스카상(Oscars)이다. 영국의 정원 설계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골라서 시상하고 있다. 올해 회보를 살펴보니 환상적인 주택 정원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사유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정원 설계가들의 풍부한 창의성이 드러난다. 또한 섬세하게 물갈기로 다듬은 인공적 요소(hardscape)와 깊은 감화를 주는 식재를 들여다보면 토지 소유주의 정원에 대한 열망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사회적인 감수성을 지닌 작품들도 분명히 도드라진다. 이번에는 커뮤니티 공간 설계상을 신설했는데, 공동체의 다양한 요구를 담은 공간을 창조하는 설계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다. 이 상이 만들어진 것은 도시 인구밀도가 거침없이 증가하면서 공공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때마침 잘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세심하게 조성하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정원설계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줄리엣 사전트(Juliet Sargeant)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자연을 접하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범죄를 줄이고 커뮤니티의 화합을 북돋을 수 있어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하고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녹지 공간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매우 소중합니다.”
결과는 공동 수상이었다. 그 중 하나가 기번스 렌트(Gibbon's Rent) 가든이다. 런던 브리지의 방치된 골목길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도시 오아시스로 화려하게 바꾸어 놓았다. 조경 설계가 사라 에버를(Sarah Eberle), 오스트레일리아의 건축가 앤드루 번즈(Andrew Burns)가 이 일에 참여했다. 다른 하나는 캠던(Camden)에 있는 몬트필리어 커뮤니티 유치원(Montpelier Community Nursery) 정원이다. 이 곳은 정원 설계가 재키 해롤드(Jackie Herald)가 작업한 놀이터인데, AY 아키텍츠(AY Architects)가 목조로 설계한 소규모 건물인 유치원을 자연스럽게 포용하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런던 캠던에 있는 몬트필리어 커뮤니티 가든 유치원. 사진: 다니엘 스티어(Daniel Stier)>
수상을 한 설계가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커뮤니티 공간 설계상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첼시 플라워 쇼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영국원예학회(RHS)가 수여하는 복수의 메달을 차지한 에버를은 “팍팍한 현실과 직접 마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하는 도시 프로젝트지만, 이렇게 작은 공간이 인접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의 삶을 바로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더 기뻐했다. 해롤드는 “본질적으로 커뮤니티의 화합, 즐거움, 그린 어젠다(green agenda) 등과 관련이 있는 정원을 설계해서 같은 분야의 동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니 정말 보람찬 일”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커뮤니티 정원은 갑자기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심하게 설계한 커뮤니티 정원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이런 설계가 오히려 돋보이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숫자의 커뮤니티 정원에서 실용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접근 방식을 성공리에 도입했다. 보다 전략적인 설계 안을 만들어낸다면 진일보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용자 측면에서 최대한의 유연성을 창출하고, 유지관리를 저감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립하고, 예측 불가능한 장래의 자원 고갈 상황에 대처하는 미래의 대비책(future proof places)을 마련한다.
시티스케이프(Cityscapes, http://cityscapes.org.uk/)의 디렉터로서 내가 절실하게 느끼고 적극 참여하려는 분야가 바로 이런 일들이다. 시티스케이프는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도시 정원의 설계에 개입해서 공공 공간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일종의 정원 페스티벌이다. 정원설계가협회의 새로운 상이 이런 분야의 설계를 확고하게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나 우리는 아키텍춰 파운데이션 팀 런던 브리지(The Architecture Foundation Team London Bridge), 써덕 교육구청(Southwark Council)과 함께 기번스 렌트의 전달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번스 렌트의 정원은 융통성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외부 환경을 매력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설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이 설계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콘크리트 배수관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에버를은 이 파이프들을 플랜터로 활용했는데, 여기에 식물을 이색적으로 배치해서 사계절 내내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배수관 주변에는 다양한 크기의 식재 포트가 있는데, 지역 주민들이 갖다 놓거나 옮길 수 있다. 주민들이 필요할 때나 계절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때 등 대상지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것이다.
2012년 1월에 개장한 이후, 지역 주민이나 사업주체가 이 정원을 가끔씩 차지하게 되었다. 실로 다양한 용도로 정원을 이용했는데, 식물 재배, 해바라기 경연, 캐롤 부르기 대회 등의 행사가 있었다. 또한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 뭉고의 푸팅 다운 루트((St. Mungo’s Putting Down Roots)’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서 일년 내내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상호 협력을 이끌어냈다.
기번스 렌트 정원 프로젝트는 공공 공간을 창출하는 신선한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이전에 황량했던 도시 공간에 정원을 가꾸는 것에서 그친 게 아니라 가드너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다.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로부터 기금을 조성하고, 문화 조직, 국제적 설계가, 지역 주민 사이의 협력 작업을 모색했다.
이렇게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통해서 설계가와 커뮤니티가 함께 일하는 기회를 만들고, 지역 특유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적으로 감응을 주면서도 기능적으로는 유연한 활용이 가능한 장소를 조성할 수 있다. 앞으로 정원설계가협회가 커뮤니티 공간 설계상을 수여해서 축하해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장소들이다.
*대릴 무어는 조경 설계가 겸 정원 관련 저술가이면서 시티스케이프의 디렉터이다.
*다음의 모든 글과 그림은 가디언(Guardian)의 가드닝 블로그(Gardening Blog) 중에서 해당 기사를 그대로 인용, 번역한 것이며, 상세한 웹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www.theguardian.com/lifeandstyle/gardening-blog/2014/jan/30/designing-community-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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