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냉 브론즈
Benin Bronzes
출처: 모든 텍스트와 그림, http://en.wikipedia.org/wiki/Benin_Bronze
베냉 브론즈(Benin Bronzes)는 베냉 왕국(Kingdom of Benin, 13세기경 현재의 나이지리아 베네에강 부근에서 일어난 왕국이며, 17세기에 급속히 쇠퇴했음)의 궁궐에서 가져온 900점 이상의 황동 판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시종들과 함께 있는 베냉의 오바와 유럽인들>
재료: 황동주물, 크기: 가로 38cm/세로 48cm, 제작연도: 16~17세기, 소장: 런던 대영박물관
1. 제작의 배경
왕조 대대로 내려오는 제단을 모시는 장소로서 베냉에 있는 오바(Oba, 왕 또는 통치자)의 궁전은 매우 화려한 궁궐 의식을 치르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의식에는 오바, 전사(戰士), 추장, 각종 타이틀 보유자, 성직자 등 왕실과 평의회를 대표하는 사람들과 외국 상인, 용병, 무수한 신하와 시종들 모두가 참석했다. 그런가하면 여러 건물과 뜰이 복합되어 광활하게 펼쳐진 이 오바의 궁전은 수백 개의 직사각형 황동 판에 새겨진 배경이기도 하다. 황동 판에는 궁궐의 뜰을 활기로 가득 채운 행사와 사람들의 모습을 양각으로 새겼다.
황동 판에서 묘사한 인물들은 밀랍 모형으로 세부를 표현한 다음 양각으로 주물을 떴다. 이렇게 만든 황동 판에 구멍을 뚫고 못으로 박아서 궁전의 기둥에 걸어 두었다.
2. 황동 판
직사각형 판은 두 가지 양식을 지니고 있다. 한 가지는 세로로 긴 면을 접어 넣은 형태이다. 이렇게 생긴 작은 모서리 부분에 노끈을 꼰 모양의 패턴을 새겨 넣어 장식했다. 이와 다른 양식은 보다 좁고 긴 형태인데, 접어 넣은 모서리가 없고 판 배경의 끝을 싹둑 잘라낸 듯하다. 아마도 크기나 모양이 다른 기둥 위에 판을 배치하면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판의 두께는 대개 약 3.2mm(1/8인치)이다.
대체로 황동 판 앞면의 배경에는 하나부터 네 개까지 달려있는 잎 모양을 새겼다. 이것을 에베-아메(ebe-ame)라고 부르는데, ‘강가의 잎(river leaf)’을 새긴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바다의 신인 올로쿤(Olokun)의 여사제들은 치유 의식을 치를 때 이런 잎들을 사용했다.
판들 중 몇 개는 전쟁 장면을 그리고 있으나 거의 대다수는 궁정에서 이루어지는 의례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대부분의 황동 판에서는 혼자 또는 둘이 있거나 주인공을 중심으로 위계에 맞게 소집단으로 늘어서 있는 정지 상태의 인물상들이 나타난다.
앞에서 사진으로 실은 황동 판에는 오바가 등장한다. 오바는 베냉의 최고 통치자로서 종교와 세속 모두를 아우른다. 인물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듯 두 명의 신하가 오바의 시중을 들고 있다. 또한 이 그림에서는 두 명의 유럽인이 등장한다. 베냉으로 보낼 무역품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착용한 모자와 긴 머리 상태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 유럽인들은 포르투갈인일 가능성이 있다.
3. 황동 판의 연대 추정
베냉의 판을 제작한 시기를 둘러싸고 학자들은 아직도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벌 작전(Punitive Expedition)을 벌여서 베냉을 정복한 영국의 식민 통치 장교인 루펠 중위(Lieutenant E.P.S. Rouppell)가 수집한 구전 자료에 따르면, 16세기 초반 오바 에시지(Oba Esigie) 통치 시절에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포르투갈인들이 베냉을 왕래하던 때이다.
한편 민족학자인 윌리엄 파그(William Fagg)는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말까지 이 황동 판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4. 황동 판의 기원
포르투갈인들이 들여온 여러 품목을 보고 베냉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았을 수도 있다. 포르투갈인들은 유럽에서 만든 채색한 서적, 조각을 새긴 뚜껑이 달린 상아 소재의 소형 장식함, 인도산 세밀화 등도 가지고 갔다. 그런가하면 4엽 장식인 ‘강가의 잎’은 유럽 또는 이슬람 예술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바타툰드 라왈(Batabtunde Lawal)은 이러한 황동 판들이 베냉 고유의 것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남부 나이지리아에서 양각으로 새긴 여러 사례들을 인용하고 있다.
5. 1897년 영국인들의 강탈
1897년 베냉 원정(Benin Expedition)에 나선 영국군들이 베냉 브론즈를 탈취해서 영국 외무부(British Foreign Office)로 보냈다. 대략 200점에 달하는 황동 판들을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전달했다. 한편 나머지 판들은 여러 종류의 수집품으로 나누어져서 팔려갔다. 베를린 소재의 쾨니글리히 민족 박물관(Königliches Museum für Völkerkunde, 오늘날의 민속 박물관)을 대신해서 펠릭스 폰 루샨(Felix von Luschan)이 이들 중 대부분을 사들였다. 1936년에는 오바 아켄주아 2세가 근대 담론들에서 ‘베냉 브론즈’라고 칭하고 있는 예술품 전체를 돌려받으려는 운동을 시작했다.
베냉 왕국에서 탈취한 예술품들, 특히 ‘베냉 브론즈’를 통해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문화의 진가를 더욱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베냉에서 이 브론즈들을 13세기 부터 주조해왔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몇몇 사례들을 살펴보면 제작 시기가 15세기나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묘하게도 황동 판의 제작은 유럽의 무역상들이 베냉 왕국을 찾아오면서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상들은 향신료, 상아, 노예 등과 맞바꾸기 위해서 마닐라(manillas)라고 부르는 황동 팔찌를 들여왔다. 이 금속을 녹여서 베냉의 궁전을 장식하는 판들을 만들었던 것이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두 점의 황동 판. 왼쪽은 두 명의 방패수들이 측면을 호위하고 있는 전사의 모습을 나타냈다.>
베냉 왕국이 자리했던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1950년대와 1970년대 사이에 대영박물관으로부터 50점의 황동 판들을 돌려받았다. 또한 나머지 예술품들에 대한 반환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6. 세계 유산
베냉 브론즈는 BBC와 대영박물관이 함께 제작해서 2010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세계 유산 백가지 이야기(History of the World in 100 Objects)’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이 협력 제작 과정에서 주요 인물은 닐 맥그리거(Neil MacGregor)와 마크 대머저(Mark Damazer)였다.
2010년 BBC에서 방송한 4부작 텔레비전 프로그램인‘아프리카의 잃어버린 왕국(Lost Kingdoms of Africa)’에서 거스 캐이슬리 헤이포드(Gus Casely-Hayford)는 베냉 브론즈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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