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1 정원야근(庭園夜勤) 정원 설계하면서 야근할 일은 좀처럼 드물다. 물론 다른 여러 프로젝트가 본의 아니게 겹쳐서 단기간에 설계할 도면이 많아지면 밤늦게까지 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원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도면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시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약 2~3년에 걸쳐서 설계와 감리가 복합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탓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정원 시공도 마무리로 접어든 고성리에서 건축주의 연락이 왔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아무리 봐도 정원이 너무 어둡다는 것인데 저녁때 해질 무렵 현장으로 와서 야외 조명을 켜놓고 꼭 같이 보자는 이야기였다.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 가족 몇몇만 사는 곳이라 야외 조명은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서 설계 초기부터 조명 숫자를 최소화하자는 게 우리 생각이.. 2013. 6.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