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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걷다가/설계자의 밤, 九北星

산 책, 온 책

by deli-space 2024. 7. 28.

결국 ‘그믐(https://www.gmeum.com/)’이 그럴싸한 구실이 되고 말았다. 거의 충동 구매처럼 책을 사들이는 터라 ‘책을 읽고 서평 하나를 올려야만 다른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고 나름 규칙이란 걸 만들었으나 역시 공염불이었다. 약속을 어겼으니 그 값을 하려면 열심히 탐독하는 수밖에 없다. 엊그제 온 책들의 목록이다.
 

[1]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2024. 문학동네: 파주.

‘그믐’에서 함께 읽으려고 구입했다. 며칠 전 부담이 덜한 책 읽기 모임을 고른 뒤 주문해서 받고는 머리말과 펼치는 대로 몇 편만 훑어봤지만, 워낙 평이 좋은 기자 출신 작가의 책이라 읽고 나서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어서 소박한 궁리의 기반은 되어줍니다. 제 원칙은 개인은 존엄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 등입니다.” (7쪽)

 
이만하면 믿는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 아니겠으나. 다만 작가가 싫어할 게 뻔하지만, 칼럼을 게재한 주요 일간지들의 면면을 떠올리니 오랜 선입견이 벌써 고개를 슬금슬금 쳐드는데 애써 눌러 가면서 찬찬히 읽으려 한다. 이런 섣부른 편견이 무엇보다 위험하며, 그게 바로 작가가 최근(2016-24년) 우리 사회 퇴행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두 가지,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선정적 구호 중 바로 그 '구호(일반화가 아닌)'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런 세상에서 ‘균형 잡힌’ 시각’은 각별한 노력의 결과물이며 언제나 줄타기를 하듯 유의해야 할 것이다.
 

[2]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맡겨진 소녀』. 2023. 다산북스: 파주.

올해 봄에 읽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지만 정교한 서술과 차분하지만 묵직한 결말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담담한 이야기가 어찌 그리 힘있게 느껴지는지 이번에도 잘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은 키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3] 오누키 다카시 지음. 최연희 옮김. 『성경 읽는 법: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위한 짧고 쉬운 성경 안내서』. 2014. 도서출판 따비.

요즘 종교와 신앙과 성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유원의 서평집 『책 읽기의 끝과 시작』(2020, 라티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책이다. 그 즈음 교유서가 첫 단추 시리즈의 『성서』를 산 것도 이 서평 덕분인 것 같다. 전후 관계가 분명치는 않지만 성경을 읽겠다고, 맨몸으로 부딪히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어마어마한 텍스트를 체계적으로 파악해보겠다고 드디어 난생 처음 마음 먹게 되었다.
 

[4] 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이명곤 옮김. 『죽음에 이르는 병』. 2020. 세창출판사: 서울.

[5] 강유원. 『숨은 신을 찾아서: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 2016. 라티오출판사.

 
같은 맥락에서 산 책이다. 종교에 귀의할 참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적 호기심이 앞선다. 앞서 다카시의 책에 대한 강유원의 서평을 되새긴다.

“나는 이른바 천주교 신자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신앙을 객관화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 더 깊은 이해와 더욱 겸손한 믿음, 이 둘이 잘 결합될 때에야 돈독함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강유원, 2020: 7쪽)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저마다 달리 옮겨서 검색하기가 힘든데, 일례로 최근 본 책에서는 ‘쇠얀 키르케고어’이었음)의 책은 역자 해설이 꼼꼼해서 이해가 쉬웠다는 알라딘 독자들의 평가에 용기를 내어서 샀고, 강유원의 책은 역시 부제가 멋지다.
 

[6] 박승찬.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2021. 카톨릭출판사.

2015년에 교회에서 인가했고 같은 해 초판이 나왔다. 이번에 온 책은 2021년 개정 초판이다. 카톨릭평화방송 TV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는데, 중세 철학 전공 교수가 철학, 신학,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카톨릭의 역사를 설명한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꽈리 모양의 모감주 열매가 세찬 장맛비에 때아니게 떨어져 길 바닥에 뒹굴고 있다. 부지런히 읽고 꾸준히 쓰자. (202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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