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으로 쓰기/정원과 공원

[Guardian]게으른 가드닝

deli-space 2014. 4. 13. 03:15

게으른 가드닝

Alys Fowler: lazy gardening

 

일손이 덜 가는 방법을 찾아내서 그걸 택한다.”

 

앨리스 파울러(Alys Fowler)

2014412일 토요일

 

옛날 한 친구가 내 가드닝 스타일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했다. 십대였던 90년대에 유일하게 떠오른 것은 게으름뱅이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게으름뱅이 가드너다. 성공보다는 실수가 더 많았다. 잘된 일도 대개는 우연히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 일손이 덜 가는 방법을 찾아내면 난 그걸 택한다. 이제 고백해야겠다. 나의 게으른 가드닝 요령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6월부터 9월까지 꽃이 연달아 피게 하려면 지금부터 5월말까지 주마다 한 번씩 양귀비(Papaver somniferum, 앵속) 씨앗을 한 움큼 휙 내던져 두자. 볕이 드는 맨땅이면 어디나 그렇게 뿌려두는 것이다.

값싼 양귀비 씨를 사면서는 가장 지저분한 코리앤더(coriander, 역주: 미나리과의 식물) 씨앗 파는 곳도 점 찍어 두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장 저렴한 씨앗이다. 가지런하게 흰 색을 띠는 씨앗은 수압으로 씻어낸 것이어서 싹이 트지 않을 수도 있다. 양귀비처럼 5월부터 줄곧 코리앤더를 여기 저기 모든 곳에 뿌려 둔다. 괜찮다면 집안의 어린애한테 씨 부리는 일을 부탁한다. 이렇게 아주 간단하다.

코리앤더 잎을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일부는 꽃이 피게 내버려둔다. 벌들이 꽤나 몰려들 것이다. 9월까지 줄곧 이렇게 한다. 약간의 보호 수단만 쓴다면 겨울 내내 먹을 코리앤더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가드닝을 계속 하면서 파스닙(parsnip, 역주: 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 씨앗도 뿌린다. 어느 해에는 실험 삼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싼 파스닙 씨앗을 사서 눈을 감고 화단에 뿌렸다. 그러고 나서 갈퀴로 살짝 긁었다(갈퀴로 긁지 않으면 씨앗이 날아가버리므로). 이 파스닙들은 완벽했다. 이제는 흙에 상대적으로 잡초가 덜한 경우 매해 씨앗을 맘대로 뿌린다. 필요하다면 밀도를 적게 해서 뿌려두기도 한다.

더 게으른 방법도 있다. 이 무렵 파스닙을 뿌려둔 후에 다음 해 봄까지 땅을 긁어줬다는 사실마저 잊고 지낸다. 꽃이 피게 놔두는 것이다. 나머지는 파스닙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파스닙은 저 혼자서도 종자를 잘 퍼뜨린다(이런 말이 오히려 점잖은 경고가 될 수도 있다). 당근은 자연 파종한 씨앗이 비집고 들어갈 맨땅만 있다면 제 스스로도 잘 퍼진다. 산형꽃차례(umbels)가 달리면서 아주 싱그러운 씨앗이 생긴다. 당근이 스스로 떨군 씨앗이 가장 싱싱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당근의 번식 계통이 이리저리 뒤섞이는 현상을 발견할 것이다. 아주 훌륭한 새로운 식물을 얻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좋은 식물을 얻지 못했다면 씨앗을 새로 구입하자. 캐럿 플라이(Carrot fly)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벌레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늦겨울에 당근이나 파스닙을 파서 다른 화단으로 옮기는 것이다. 묘에서 싹이 트면 씨앗이 날아갈 수 있도록 그물망으로 덮어둔다.

로켓(rocket, 역주: 겨자과의 식물), 마타리 상추(lamb's lettuce), 아메리칸 랜드 크레스(American land cress), 무 등도 스스로 씨앗을 퍼뜨린다. 뜀벼룩갑충(flea beetle)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계가 자기 방식대로 스스로를 솎아낼 때까지 내버려두자. 해충은 그저 허약한 식물을 제거할 뿐이니까. 자연은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게으름뱅이인 난 자연이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두는 게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위 모든 글은 <가디언>지의 해당 기사를 번역한 것이며, 자세한 웹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4/apr/12/alys-fowler-lazy-gardening